장 담그기-덧장 (펀글)

해가 바뀌고 긴긴 겨울이 지나면 내가 맨 처음 하는 일은 장 담그기다. 지난가을 쑤어놓은 메주를 꺼내 씻어 말리고, 소금을 물에 풀어 담그는 장.
 
어느 날 담가야지 하고 날을 잡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바빠지고, 그날 생각지 못한 일이 생기면 참 곤란하다. 아직 일이 몸에 익지 않은 사람이 마음까지 바쁘면 꼭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. 그러니 날을 잡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하다가 인연이 닿으면 그날 담그자.
 
먼저 메주를 꺼냈다. 메주는 콩을 발효시킨 거라 곰팡이가 피어 있게 마련이다. 희거나 노란 곰팡이는 발효가 잘 되었다는 증거. 파란 곰팡이는 메주가 추워서 감기 걸린 거고, 검은 건 안 좋지만 먹을 수는 있다. , 빨간 곰팡이가 핀 메주는 먹을 수가 없다.
 
먼저 메주를 말린 뒤, 마른 솔로 곰팡이를 잘 털고 흐르는 물에 다시 깨끗이 씻어 하루를 말렸다. 그러고는 그 메주를 장 담글 항아리에 넣어두었다. 이제는 소금물을 풀 차례. 몇 해 전, 저 멀리 신안군 섬에서 사온, 포대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소금을 꺼내 물에 푼다. 큰 통을 마당에 쭉 늘어놓고 소금물을 장 담글 물보다 한 배 반쯤 넉넉히 푼다.
 
소금의 농도는, 달걀 하나를 집어넣어 그 달걀이 동전만큼 위로 머리를 내밀면 적당한 정도다. 이 소금물을 몇날며칠 가라앉힌 어느 날, 아침에 날이 맑고 고요하다. 이때다 싶다.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장을 담갔다.
 
밑준비가 다 되어 있으니, 남편 도움을 받아 장항아리에 소금물을 부어넣는 게 다다.
소금물은 웃물만 부어넣고, 대추 몇 알, 붉은 고추 몇 개, 황태 한
  마리 그리고 숯 한 덩이를 넣고 뚜껑을 닫는다. 이렇게 몇 밤을 재운 뒤, 항아리 뚜껑을 유리로 바꿔 볕과 바람이 통하게 해주면 되리라.
 
소금물 남은 건 다시 한데 모아 뚜껑을 잘 덮어 장독간에 놔둔다. 이 소금물은 묵은 된장 위에 부어주기도 하고, 장물이 졸아들면 그 위에 부어주기도 한다. 그러고 났더니 남편이 그때 ‘시골집’에서 얻어온 간장을 넣었느냐고 묻는다. 맞다.
 
‘시골집’은 장애인 노인들이 꾸린 큰 가정으로, 손수 농사지은 콩으로 간장 된장을 만들어 판다. 남편이 거기서 간장을 한 병 얻어온 게 있다. 60년 된 간장을 구해 해마다 불린 모母간장이란다. 장물에 이 모간장을 조금 섞어 넣으면, 모간장의 좋은 균이 장에 골고루 퍼지며 발효된단다. 오래 묵은 간장을 비싸게 팔 수도 있지만, 이렇게 여럿과 나눌 수도 있는 걸 배운다. 그 모간장을 장항아리에 한 종지 따라 부었다. 이번 장이 잘 담가지기를 기도하며…….   

by 묵향 | 2009/02/07 17:46 | 노후대책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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